낙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
이 영화는 주인공이 초인이 되어 가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니체는 말했습니다. 초인이 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낙타는 다른 이의 삶을 사는 존재입니다. 사회적 굴레 속에서 본인의 의무를 하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낙타는 저 세 존재 중에서 가장 무거운 짐을 견디는 자입니다. 니체가 말하길 가장 무거운 것은 무엇인지 그렇다면 그것을 등에 짊어진다면 그것으로 인해 스스로의 강인함을 확인하며 기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낙타는 스스로를 시험하며 성취함에서 기쁨을 느끼며 그 정신의 기반은 당위의 정신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도덕적인 관습 및 규율과 가치를 믿고 따라가는 것입니다. 사자는 거기에 자유의 정신을 추가합니다. 새로운 가치를 위해 부정하는 것이며 파괴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의지는 타인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완전히 스스로의 가치를 가졌을 때 그제야 사자의 길이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어린아이는 아주 순진무구하며 최초의 움직임이자 새로운 출발이며 가장 큰 긍정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시작합니다. 순수한 시작에서만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며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결국 니체가 말했던 초인은 어떤 상황 속에서도 본인에 대한 믿음 확실을 잃지 않고 기존의 낡아버린 것들을 부정하며 더 나아가 최초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존재를 말합니다.
배트맨과 조커
배트맨의 적수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떤 범죄자도 배트맨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조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조커가 나타나게 되면서 모든 판이 바뀌었습니다. 조커는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입니다. 얼굴의 흉터를 설명하면서 이유를 말할 때 자주 바뀌는 것처럼 진실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선하며 진실되고 결점이 없어 보이는 모든 것들을 없애고 나락으로 떨어뜨리려고 합니다. 조커는 영화 전체에 걸쳐 배트맨을 괴롭히고 공격하고 회유합니다. 진실을 보라고 말하며 배트맨의 신념을 무너뜨리려 합니다. 사실 조커가 한 말처럼 배트맨과 조커는 서로가 서로를 완전하게 만들어 주는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니체가 말하길 괴물과 싸우며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 조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스스로 오랫동안 지키던 신념을 버리고 나아가는 순간 진정한 영웅인 배트맨의 다크나이트의 진짜 모습이 보인 것이고 또 새롭게 태어난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살인죄를 뒤집어썼다고 후회나 망설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단호한 결정과 뒤돌아보지 않는 결심만이 보일 뿐입니다.
초인과 허무주의
처음 영화에서 나오는 배트맨은 낙타입니다. 자기의 도시를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하며 질 나쁜 범죄자들을 해치우지만 그 명분은 사회의 규범 안에서 나옵니다. 그리고 조커를 만나면서 점점 변화하게 됩니다. 기존의 사회 규범이나 본인이 가졌던 가치관과 규범을 어기고 깨뜨리면서 사자로 변합니다. 많은 장면들이 있지만 변화가 나타난 가장 큰 모습은 조커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 도시의 모든 통신 수단과 단말기를 해킹한 후 도청을 시도합니다. 그리고 목적을 달성한 후 도청장비를 단호하게 없애버립니다. 배트맨이 조커를 만나기 전이라면 하지 않았을 행동입니다. 하지만 조커를 만나면서 배트맨에게 큰 변화가 생긴 것입니다. 초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가지고 있던 모든 제약과 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와서는 결국 마지막 순서인 어린아이가 되어 진정한 의미의 초인으로 탄생하게 됩니다. 본인이 없애고 싶었던 범죄자의 누명을 쓰고 쫓기며 손가락질당하고 도망 다니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도시를 더 안전하고 새롭게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정말 효과적으로 배트맨이 낙타에서 진정한 초인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유치하다고 생각하고 단순한 히어로 영화라고 치부하기에는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고 전달해 주고 있어서 곱씹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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